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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 알트슈타트, 취리히 호수, 쿤스트하우스

by 김씨는 독특해 2025.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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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 알트슈타트, 취리히 호수, 쿤스트하우스

 

스위스 최대 도시인 취리히는 흔히 금융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지만, 여행자의 눈으로 보면 이 도시는 훨씬 더 다채로운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중세의 고풍스러움과 현대적인 세련미가 공존하는 이곳은 알프스 산맥의 품 안에 안겨 자연과 도시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여행지입니다. 취리히는 스위스 여행의 시작 혹은 끝을 장식하기에 딱 좋은 곳으로 안전하고 깔끔하며,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있을 뿐 아니라 역사, 예술, 자연, 미식 등 다양한 매력을 한 도시에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취리히 여행 중 반드시 들러야 할 세 곳의 명소 알트슈타트, 취리히 호수, 쿤스트하우스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 알트슈타트(구시가지), 수세기의 시간을 걷다

취리히를 여행한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바로 구시가지, 현지어로는 알트슈타트(Altstadt)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도시의 중심지를 넘어 취리히의 과거와 현재가 살아 숨 쉬는 역사적 공간입니다. 리마트강(Limmat River)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펼쳐진 구시가지는 중세의 골목, 고딕과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 작은 광장과 분수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줍니다. 구시가지의 관광은 보통 그로스뮌스터(Grossmünster)에서 시작됩니다. 이 쌍둥이 탑을 가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성당은 취리히의 상징이자 개신교 종교개혁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특히 개혁가 쯔빙글리(Huldrych Zwingli)가 이곳에서 설교했던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어 단순히 건축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종교적, 문화적 맥락까지도 함께 느껴볼 수 있습니다. 탑 위에 오르면 구시가지의 붉은 지붕들, 리마트강, 취리히 호수 그리고 멀리 보이는 알프스의 설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감탄을 자아냅니다. 리마트강을 따라 다리를 건너면 또 하나의 역사적 명소인 프라우뮌스터(Fraumünster)가 반깁니다. 이 교회는 본래 9세기에 여성 귀족들을 위한 수도원으로 지어졌으며, 현재는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이 1970년대에 제작한 다섯 개의 스테인드글라스로 더욱 유명합니다. 이 작품들은 성서 속 장면을 색감 넘치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표현해 예술과 신앙이 아름답게 만나는 공간을 연출합니다. 빛이 창을 통해 들어올 때의 그 환상적인 분위기는 누구라도 숨을 멈추고 감상하게 만드는 광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알트슈타트의 진짜 매력은 그 유명한 건물들 너머 소소한 골목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에 있습니다. 아우구스티너가세(Augustinergasse)는 색색의 창틀과 목조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거리로, 걸을 때마다 동화 속 마을을 걷는 듯한 기분을 줍니다. 좁은 골목 안에는 전통 공예품 가게, 손으로 직접 만든 초콜릿 숍, 고풍스러운 서점, 분위기 있는 와인 바가 자리 잡고 있어 여행의 속도를 여유 있게 만들어 줍니다.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린덴호프(Lindenhof) 언덕도 꼭 들러봐야 할 장소 중 하나입니다. 이곳은 로마시대 군사 요새가 있던 유서 깊은 장소로, 지금은 시민들과 여행자 모두에게 사랑받는 공원으로 변모했습니다. 고요하고 그늘진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도시를 내려다보면 눈앞에는 리마트강과 구시가지가, 뒤로는 현대적인 취리히의 전경이 펼쳐지며, 이 도시가 얼마나 조화롭게 과거와 현재를 품고 있는지를 체감하게 됩니다. 또한 아침 일찍 안개 낀 거리에서부터 해질 무렵 따뜻한 빛으로 물든 벽돌 건물까지 알트슈타트는 시간대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여행자마다 이곳에서 발견하는 풍경은 다르지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취리히는 단순히 현대적인 도시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이곳은 과거의 숨결과 현재의 삶이 공존하는,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도시의 중심입니다. 여행 팁을 하나 드리자면 구시가지는 대부분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므로 편한 신발은 필수입니다. 이른 아침에는 관광객이 적어 한적하게 골목을 즐길 수 있고, 저녁에는 노을과 함께 조명이 켜지며 또 다른 낭만이 펼쳐집니다. 현지 카페나 제과점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고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취리히라는 도시가 더욱 친근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2. 취리히 호수(Lake Zurich), 자연과 도시가 만나는 완벽한 균형

취리히라는 도시는 겉보기에는 정돈되고 도시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조금만 걷다 보면 곳곳에 자연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취리히 호수(Lake Zurich)입니다. 이 호수는 도시 남동쪽에서 시작해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외곽까지 이어지는데, 도시의 일상 속에 자연을 끌어들이는 살아 있는 배경화면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현지인들은 이곳을 삶의 일부로 여기며 출퇴근 전후로 조깅을 하거나, 점심시간에 간단한 산책을 하고, 여름이면 친구들과 맥주 한 잔 들고 호숫가 잔디밭에 눕는 것이 일상입니다. 여행자에게는 낯설지만 이곳의 분위기를 온전히 느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그들처럼 여유롭게 호수 주변을 즐겨보는 것입니다. 취리히 호수의 여행은 보통 뷜클리플라츠(Bürkliplatz)에서 시작됩니다. 이곳은 시청 근처에서 트램을 타면 쉽게 닿을 수 있고, 주말이면 플리마켓도 열려 현지인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뷜클리플라츠는 취리히 호수 유람선이 출발하는 주요 정류장 중 하나로 다양한 크루즈 노선이 운행되는데, 가장 인기 있는 루트 중 하나는 라퍼스빌(Rapperswil)까지 이어지는 항로입니다. 라퍼스빌은 ‘장미의 도시’라는 이름답게 여름이면 장미정원이 만발하고, 고성(城)이 자리한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호수 풍경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습니다. 크루즈를 타고 가는 동안 호수 양쪽으로는 고즈넉한 마을들, 포도밭, 한적한 부두에 정박한 요트들이 펼쳐지며, 창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특히 저녁 크루즈는 황금빛 석양이 호수에 번지는 장면을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입니다. 호숫가를 따라 걷는 것도 추천하고 싶은 최고의 경험 중 하나입니다. 벨뷰(Bellevue)부터 취리히혼(Zürichhorn)까지 이어지는 길은 넓고 평탄하여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으며, 곳곳에 벤치와 나무 그늘이 있어 도심 속 힐링 공간으로 안성맞춤입니다. 길가에는 조각 공원, 작은 카페, 예술 설치물들이 이어져 단조롭지 않으며, 피크닉을 즐기는 가족들, 유유히 물을 가르는백조, 물가에 발을 담그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여름이 되면 취리히 호수는 그야말로 생동감 넘치는 축제의 무대가 됩니다. 수영장이자 카페 역할을 하는 바디(Badi)가 문을 열고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찹니다. 특히 여성 전용 바디인 Frau Gerolds Garten, 젊은 층이 많이 찾는 Seebad Enge는 지역 문화의 한 부분을 체험하기에 그만입니다. 또 자전거 대여소가 곳곳에 있어 호수 주변을 시원하게 돌아볼 수도 있답니다. 가을에는 단풍으로 붉게 물든 나무들이 호숫가를 감싸 안고 바람에 잔잔하게 흔들리는 물결은 깊은 감성을 자극합니다. 겨울이면 잔잔한 호수 위로 차가운 안개가 내려앉고 산책하는 사람들의 발소리만 들릴 정도로 고요해집니다. 이 계절엔 따뜻한 커피 한 잔 들고 느리게 걸으며, 북유럽 감성의 도시 취리히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습니다. 날씨가 맑은 날엔 호수 너머로 알프스의 설산이 그림처럼 떠오르는데, 이 순간은 누구나 잠시 발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게 됩니다. 도시와 자연이 서로 간섭하지 않고 조화롭게 존재하는 이 풍경은 자연과 어우러진 스위스를 상징하는 듯합니다. 유람선은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운항 노선과 시간이 달라지므로 사전에 체크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벨뷰 근처에서는 스탠드업 패들보드나 카약 대여도 가능하니 색다른 경험을 원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도심에서 멀지 않지만 훨씬 조용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Kilchberg나 Erlenbach 같은 호숫가 작은 마을로 이동해 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3. 쿤스트하우스 취리히(Kunsthaus Zürich), 예술로 도시의 깊이를 더하다

취리히가 ‘금융의 도시’라는 이미지만큼이나 강렬하게 각인되는 또 하나의 정체성은 바로 ‘예술의 도시’입니다. 그리고 그 예술적 상징의 중심에는 단연 쿤스트하우스 취리히(Kunsthaus Zürich)가 있습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와 유럽 유수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이 미술관은 단순히 명작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도시의 문화적 깊이와 창의적 에너지를 상징하는 장소입니다. 1910년에 처음 문을 연 이 미술관은 스위스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회화, 조각, 설치,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망라하는 방대한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위스 출신의 초현실주의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의 대표작들은 이곳의 핵심 컬렉션 중 하나입니다. 그의 길고 가느다란 인체 조각들은 인간 존재의 고독과 내면을 조용히 응시하게 만들며, 관람자와 깊은 정서적 연결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쿤스트하우스의 매력은 자코메티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곳에서는 반 고흐의 강렬한 붓질, 클로드 모네의 부드러운 인상주의 정원, 파블로 피카소의 실험정신, 에드바르 뭉크의 불안과 고독, 앤디 워홀의 팝아트적 재치까지 예술사의 굵직한 흐름을 한번에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장르와 시대, 국적을 초월한 폭넓은 컬렉션은 예술 애호가뿐 아니라 초보 관람객에게도 신선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21년에 완공된 신관입니다.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의 설계로 현대적인 감각과 자연 친화적인 조명이 조화를 이루는 이 건물은 전시 공간의 개념 자체를 새롭게 정의합니다. 대리석과 콘크리트, 유리의 미니멀한 조합이 시각적 피로감을 줄여주고, 넓은 통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은 작품 감상에 몰입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그 덕분에 하나하나의 작품이 마치 주인공처럼 무대 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또한 쿤스트하우스는 단순히 전시 공간에만 머물지 않고 여행자에게 취리히 예술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일상의 거점 역할도 합니다. 미술관 내에는 북카페와 디자인 숍, 고급스럽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의 카페가 있어 전시 감상 후 여유로운 티타임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입니다. 특히 미술 관련 서적이나 아트 굿즈를 판매하는 공간에서는 감각적인 스위스 디자인의 정수를 느낄 수 있어 선물용으로도 아주 좋습니다. 전시에 대한 접근성 또한 매우 뛰어납니다. 영어, 독일어 등 다양한 언어로 제공되는 오디오 가이드와 큐레이션 해설은 예술에 익숙하지 않은 방문자들에게도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작품의 배경이나 작가의 삶을 설명해 주는 콘텐츠는 단순한 미술 감상을 넘어, 예술 속 이야기를 만나는 흥미로운 여정으로 이끌어줍니다. 계절별로 열리는 기획 전시 또한 쿤스트하우스를 찾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인상주의 특별전, 현대 설치 미술 기획전,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플랫폼으로도 기능하며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선사합니다. 쿤스트하우스는 구시가지에서 도보로 10분 이내에 위치해 있으며, Kunsthaus 트램 정류장이 바로 앞에 있어 교통이 매우 편리합니다. 매주 수요일은 저녁 8시까지 연장 운영하며, 매월 첫 번째 목요일은 무료입장이 가능한 경우도 있으니 사전 확인은 필수입니다. 또한 카페에서 제공하는 초콜릿 케이크는 미술관 관람 후 꼭 맛봐야 할 숨은 명물로 손꼽히니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글을 마치며

취리히는 흔히 스위스를 여행할 때 잠깐 머무는 경유지로 여겨지곤 합니다. 하지만 그 인식을 단번에 뒤집을 만큼 놀라운 깊이와 다채로운 매력을 품고 있습니다. 구시가지의 오래된 돌길을 따라 걷다 보면 중세의 숨결이 느껴지고, 취리히 호수의 잔잔한 수면 위로 비치는 햇살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줍니다. 그리고 쿤스트하우스의 정제된 예술 세계 속에서는 도시의 또 다른 지성과 창의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세 공간은 취리히라는 도시의 본질과 기품을 상징하며 느낄 수 있는 장소입니다. 취리히 여행을 계획한다면 5월부터 9월 사이를 추천합니다. 봄에서 초가을까지의 이 시기는 날씨가 온화하고 맑은 날이 많아 도시를 천천히 걸으며 구경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여름철이면 호숫가에는 현지인들과 여행자들로 활기가 넘치고, 노천카페와 야외 공연, 바디(Badi)라고 불리는 호숫가 수영장들도 활짝 열리며 도시는 더욱 생동감 있게 변합니다. 반면 가을에는 단풍으로 물든 풍경 속에서 보다 고요하고 낭만적인 취리히를 만날 수 있습니다. 각 계절이 주는 매력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 속에 흐르는 도시의 품격과 여유는 늘 한결같습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골목 하나에도 수백 년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고, 강가의 벤치에 앉아 멍하니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조차 잊지 못할 기억이 될 취리히는 천천히 음미해야 진가를 드러내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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